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경험한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배가 뒤틀리는 경험을 수차례 했다. 반대로 장이 불편하면 기분도 쉽게 가라앉고 짜증이 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연결이 단순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는 체계로 설명된다. 이번 글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리해본다.
1. 장-뇌 축(Gut-Brain Axis)이란?
장과 뇌는 미주신경(Vagus Nerve)과 호르몬, 면역 시스템 등을 통해 양방향으로 소통한다. 장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도파민, GABA 같은 물질은 실제로 뇌의 감정 조절에 직접 관여한다. 특히 세로토닌의 약 90% 이상이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장 건강이 정신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 장-뇌 축이 작동할 때의 예시
-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탈이나 변비, 설사가 나타남
- 장내 염증이 심하면 피로감, 우울감이 심해짐
- 항생제 복용 후 기분 변화가 생기는 사례도 존재
장과 뇌는 단순히 연결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상태에 따라 ‘기분’과 ‘소화’가 함께 영향을 받는다.
2. 장내 미생물과 정신 건강의 실제 관계
최근 몇 년 사이 정신과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와 건강인의 장내 세균 구성 차이를 분석했고, 특정 유익균의 비율이 낮을수록 불안감과 무기력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그룹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하고, 기분이 안정됐다는 결과가 있었다.
▸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 대표 유익균
- Lactobacillus helveticus
- Bifidobacterium longum
- Lactobacillus rhamnosus
이 균주들은 실제로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고, 수면 질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프로바이오틱스, 단순한 장 건강 보조제를 넘어서다
지금까지 프로바이오틱스는 주로 ‘배변 활동을 돕는 유산균’ 정도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신 유산균’이라는 표현까지 생길 만큼, 감정 조절 보조제로 주목받고 있다.
▸ 프로바이오틱스를 제대로 복용하려면
- 장과 정신 건강 둘 다 고려한 복합 균주 섭취
- 냉장 보관 및 살아있는 균 보장 제품 선택
- 공복 또는 잠들기 전 복용이 흡수율 높음
- 1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 관찰 가능
나 역시 수면 질이 불규칙하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해본 적이 있다. 2주쯤 지나자 식욕도 일정해지고, 수면 리듬도 한결 나아지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결론: 기분이 흔들릴 땐 ‘장’을 먼저 챙겨보자
감정은 머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장 속 상태가 불안정하면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줄어들고, 이는 결국 우울감이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요즘 유난히 예민하거나 무기력하다면, 정신적인 문제로만 보지 말고 **장 건강 상태를 점검해보자**. 먹는 것, 자는 것, 배변 습관까지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정신 건강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