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비염이 심한 편이라, 어느 시기에는 코 스프레이 없이는 하루도 못 지낸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막혀 있고, 밤엔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답답하다 보니, 약국에서 사 온 비충혈 완화제를 늘 가까이에 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약을 써도 예전만큼 시원해지지 않았고, 코 안이 따갑고 건조하다는 느낌이 계속됐다. 결국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말하길, “비염약도 중독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비염약(비충혈 완화제) 남용이 코 점막에 미치는 위험성을 정리해본다.
1. 비염약의 작용 원리
시중에 흔히 판매되는 코 스프레이는 혈관수축제(예: 옥시메타졸린, 자일로메타졸린)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코 점막 혈관을 수축시켜 일시적으로 부기를 줄이고, 숨쉬기를 편하게 해준다.
문제는 이 효과가 지속적이 아니라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사용을 멈추면 다시 코가 막히기 시작하고, 점점 약 없이는 숨 쉬기조차 어려워지는 상태가 된다.
2. 약물성 비염이란 무엇인가?
약물성 비염(Rhinitis Medicamentosa)은 비충혈 완화제를 장기간 사용했을 때 생기는 코 점막 손상 상태를 말한다. 즉, 코막힘이 원래 비염 때문이 아니라 ‘약 때문에 더 심해진 것’이 되는 상황이다.
▸ 주요 증상
- 스프레이 사용 직후만 시원해지고 금방 다시 막힘
- 하루 사용 횟수가 점점 늘어남
- 코 안이 타들어가는 느낌, 건조함
- 후각 저하, 점막 염증
의사 선생님 말로는, 2주 이상 연속 사용하면 약물성 비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3. 장기적으로 코 점막에 생기는 문제
코 점막은 굉장히 예민하고 민감한 부위다. 스프레이 속 혈관수축제가 계속해서 작용하면 점막이 얇아지고 혈류 공급이 떨어지게 된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결국 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 발생 가능한 장기적 손상
- 코피 자주 발생
- 비중격 궤양 또는 천공
- 만성 비염으로의 진행
- 약물 의존성과 치료 난항
일부 환자들은 비강내 수술을 통해서만 회복이 가능한 상태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4.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
약을 안 쓰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코막힘이 심하면 사용이 필요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사용 기간과 빈도**를 지키는 것이다.
▸ 올바른 사용 수칙
- 최대 5~7일 이상 연속 사용하지 않기
- 하루 2~3회 이내로 제한
- 좌우 콧구멍 번갈아 사용
- 스테로이드 스프레이와 병용 금지
- 의사와 상담 후 중단 또는 전환
나는 지금은 약국 제품은 끊고, 병원에서 처방 받은 비강 보습제 + 식염수 스프레이로 코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결론: 편함보다 중요한 건 회복력 있는 코 점막
비염약은 숨을 쉬게 해주는 '구원자'처럼 느껴지지만, 잘못 쓰면 '의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특히 혈관수축제 성분 스프레이는 짧게 쓰고 끊는 습관이 중요하다.
코막힘이 길어지거나 점점 악화된다면, 비염이 아니라 약물에 의한 손상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해야 한다. 오늘부터라도 사용 습관을 체크해보고, 필요하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