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를 낳고 키울 때, 나는 먼지가 걱정됐고 플라스틱이 걱정됐지만, 정작 '납'이라는 물질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장난감 리콜 목록에 '납 함유 기준 초과'라는 문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이가 매일 물고 빠는 장난감에서 독성 물질이 나올 수 있다니. 오늘은 우리가 몰랐던 생활 속 납 노출의 경로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부모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정리해본다.
1. 납은 어디에서 아이에게 노출될까?
납은 과거에는 배관, 페인트, 도료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지금도 일부 제품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은 손을 입에 자주 넣고, 장난감을 물거나 바닥을 기어다니기 때문에 성인보다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 아이들이 노출될 수 있는 납의 경로
- 수입 장난감 도색·페인트
- 오래된 주택의 낡은 페인트 벽
- 수도관의 납땜 이음부
- 중고 금속 장난감이나 피규어
- 가정용 납이 포함된 도자기, 식기
문제는 납이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세하게 축적되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2. 납이 아이에게 미치는 건강 영향
세계보건기구(WHO)는 납을 ‘어떠한 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은 독성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 뇌가 아직 발달 중이라,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인지 기능과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어린이에게 발생할 수 있는 증상
- 집중력 저하, 학습 능력 감소
- 과잉행동, 충동성 증가
- 성장 저하, 식욕부진
- 빈혈, 피로, 면역력 약화
- 심할 경우 지능지수(IQ) 저하
실제로 미국에서는 혈중 납 농도가 5㎍/dL 이상이면 소아 발달 지연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3. 집 안에서 납 노출을 줄이는 방법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실생활에서 다음과 같은 수칙만 실천해도 노출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
- 출처가 불분명한 장난감은 입에 넣지 못하게 하기
- 페인트 칠된 중고 가구, 오래된 벽 도색 확인
- 유해물질 KC 인증 마크 있는 장난감 사용
- 정기적으로 손 씻기 교육 (특히 외출 후, 놀이 후)
- 수돗물은 아침 첫 물은 흘려보낸 후 사용
- 도자기류는 오래된 수입품 대신 인증 제품 사용
나는 이후부터 아이 장난감을 살 때마다 KC 인증 마크, 원산지, 도장 성분 표시를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4. 필요시 혈중 납 검사도 고려할 수 있다
납 노출은 대부분 무증상이다. 그래서 만약 아이가 위 증상 중 하나라도 계속된다면, 병원에서 혈중 납 농도 검사를 받아볼 수도 있다. 일반 소아청소년과에서는 바로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병원이나 환경의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
검사 자체는 간단한 혈액 검사로 가능하며, 정부의 건강검진 항목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필요 시 의사 상담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결론: 작지만 치명적인 납, 아이가 자라는 집이라면 꼭 점검하자
납은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위협은 아니지만, 아이의 몸에 축적되면 두뇌와 신체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다. 특히 0~6세까지는 환경 독성에 매우 민감한 시기이므로, 가정에서의 작은 점검이 큰 차이를 만든다.
아이가 자라는 공간이니까, 더 안전해야 한다. 장난감 하나, 컵 하나 고를 때도 '성분'을 체크하는 습관이 지금부터 필요하다.